버스 성추행 사건, “정액이 나왔는데 무죄라고?”
정액 검출에도 무죄… 법원이 주목한 건 ‘고의성’
사건 개요 — 버스 안에서 일어난 충격적 사건
2018년 5월 서울에서 군포로 향하던 시내버스 안. 통화 중이던 30대 여성의 뒷머리에 한 남성이 체액(정액)을 뿌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머리카락이 젖어 있고 정액 냄새가 난다며 신고했고,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A씨는 현장에서 체포되었습니다.
검찰은 A씨가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신체에 고의로 체액을 묻혔다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피해자의 머리카락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 1심 주요 판단 요약
- 피해자 진술과 국과수 감정 결과 신빙성 인정
- 고의로 체액을 묻힌 행위 인정
-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선고
- 사회봉사 160시간, 성폭력치료 강의 40시간 명령
1심과 2심의 판결 차이, 핵심 쟁점은 ‘고의성’
1심은 피해자 진술과 과학적 증거를 근거로 고의성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2019년 10월 15일 수원지방법원 항소8부는 “피고인의 고의성을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이 정액을 묻히는 행위를 직접 목격하지 못했고,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정액이 검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고의적 행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 항소심 주요 판단 요지
- 피고인 진술 일관성 유지
- 피해자 직접 목격 증거 없음
- CCTV 영상에선 ‘조는 모습’만 확인
- 정액·타액 혼합 검출, 시점 불분명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
항소심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피해자의 머리카락에서 A씨의 정액 성분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나, 동시에 타액(침) 성분도 검출되었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재판부는 “정액이 묻은 시점이나 경위, 양적 구성 비율이 불명확하다”며 “우연히 묻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경찰이 A씨의 손이나 의복에서 정액이 묻었는지를 감정하지 않은 절차적 미비도 지적했습니다.
▶ 재판부 판단의 핵심 논리
- 정액 검출 사실 자체는 인정
- 그러나 ‘고의성’ 입증 불충분
- 증거 부족 → 형사재판 원칙상 무죄 추정
증거의 한계와 ‘입증 책임’의 벽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 이익으로(in dubio pro reo)’입니다. 즉, 검찰이 고의성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 진술만으로 고의적 행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는 피고인이 졸고 있는 모습만 확인되었고, 범행 정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없었습니다. 과학적 증거가 존재했지만, 그 경로와 의도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 형사재판의 증거 판단 원칙
- 합리적 의심 없는 입증이 필요
- 진술만으로는 고의성 인정 어려움
- 증거 불충분 시 무죄 추정 유지
성범죄 판결이 남긴 법적 과제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개인의 무죄·유죄를 넘어, ‘성범죄 입증의 어려움’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특히 간접 증거만으로 구성된 사건의 경우, 고의성과 인과관계 판단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진술 신빙성 중심의 기존 판례와 달리, 이번 판결은 ‘입증 책임’을 엄격히 적용한 사례”라고 분석합니다. 이는 성범죄 피해자 보호와 피고인 방어권 보장 사이의 균형 문제를 다시 한 번 제기했습니다.
▶ 향후 제도적 과제
- 성범죄 입증 기준의 세분화 필요
- 과학적 증거 확보 절차 강화
- 피해자 보호와 피고인 인권의 균형 유지
자주 묻는 질문 (FAQ)
Q. 정액이 검출됐는데 왜 무죄인가요?
A. 법원은 ‘정액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고의적 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정액이 언제, 어떤 경로로 묻었는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Q.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가 가능하지 않나요?
A. 형사재판에서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일 경우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되지만, 이번 사건처럼 물적 증거가 불확실한 경우엔 보강 증거가 필요합니다.
Q. 항소심에서 판단이 뒤집힌 이유는?
A.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직접 행위가 포착되지 않았고, 피고인의 일관된 부인도 고려됐습니다.
Q. 형사사건에서 입증책임은 누구에게 있나요?
A.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범죄 사실이 ‘의심의 여지 없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유죄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는 어떤 법적 구제 수단이 있나요?
A. 항소심 무죄 확정 후 피해자가 상고를 원할 경우, 검찰을 통해 상고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등법원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이 사건은 성폭력 처벌법상 어떤 조항에 해당하나요?
A.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에 해당합니다. 단, 입증 부족 시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Q. 이번 판결이 향후 판례에 미칠 영향은?
A. 성범죄 입증에서 ‘과학적 증거의 신뢰도’와 ‘고의성 입증 기준’이 더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이번 사건은 정액 검출이라는 강력한 과학적 증거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됩니다. 핵심은 ‘고의성’ — 의도적 행위였는가, 아니면 우연한 접촉인가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여론은 여전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의 논리와 시민의 감정 사이의 간극, 그 사이에서 성범죄 입증의 현실적 한계를 다시 돌아볼 때입니다.